오늘 소개할 회사는 엠피페이지(MPPage), 혹은 마피아컴퍼니입니다. 사실 이름만 들었을 땐 감이 안 올 수도 있지만, 음악 쪽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서비스 ‘마이뮤직시트(MyMusicSheet)’를 운영하는 그 회사입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회사가 최근 업계 거물 두나무에 인수되었다는 점. 스타트업 씬에서 상당히 ‘핫’했던 뉴스였죠.
이 회사, 2015년에 설립돼 2025년에 인수되었으니 딱 10년 만에 성공적인 엑싯(M&A)을 해낸 셈입니다. 이 정도면 꽤 롱런한 스타트업이죠. 그런데 더 대단한 건, 전 직원이 8명밖에 안 되는 상태에서 연매출 26억 원을 만들어냈다는 겁니다. 솔직히 이건 정말 극소수의 고효율 조직만이 가능한 성과입니다.
다양한 서비스 운영으로 파이프라인을 나눠 가진 회사
엠피페이지는 단일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 세 가지 서비스를 동시 운영하면서 매출 파이프라인을 다양화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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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뮤직시트(MyMusicSheet): 악보를 제작자(크리에이터)들이 직접 등록하고 판매하는 플랫폼입니다. 음악 업계의 ‘디지털 크리에이터 마켓’이라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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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운드 인식 악보 뷰어 앱: 음악을 들려주면 자동으로 악보를 인식해주는 기능. 음악과 기술의 결합을 시도한 서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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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모(kokomu): 일본 타깃의 플랫폼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린 시도.
음악을 베이스로 하는 스타트업이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음원 스트리밍이나 콘서트 예매와는 결이 다릅니다.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유통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SaaS와 콘텐츠 커머스의 중간 형태라고 보면 됩니다.
투자 히스토리: TIPS → 시리즈A → 두나무
엠피페이지는 총 3번의 주요 투자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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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Angel 혹은 Seed 단계에서 조민식 대표(업계에서 꽤 유명한 개인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분은 본인이 투자한 회사들을 잘 엮는 스타일로, 일종의 투자 허브 역할을 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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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TIPS 프로그램에 선정됩니다. 요즘 스타트업이라면 거의 무조건 거쳐가는 관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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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A에서는 총 35억 원을 유치합니다. 이 타이밍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두나무에 인수되었기에, 시리즈 B는 사실상 생략된 셈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 회사가 시리즈 A를 받은 이후 불과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엑싯을 했다는 점입니다. 이 말은 곧 대표 및 주요 임원들의 지분율이 높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죠. 스타트업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드라마 있는 엑싯”입니다.
매출은 제자리, 하지만 이익 구조가 대반전
2021년 기준으로 엠피페이지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에 들어서면서부터 회사가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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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과 순손실 규모가 10억 가까이 줄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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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는 순이익 1.5억 원을 기록하며 완전히 흑자로 전환됩니다.
매출 자체는 2022년과 2023년 모두 큰 성장은 없었지만, 회사 내부적으로는 완전히 체질 개선에 성공한 셈입니다. 고정비와 불필요한 지출을 확 줄이고, 핵심 인력만 남기며 효율적인 구조로 개편한 결과죠.
2022년 2월엔 17명이었던 인원이, 2023년 10월에는 8명까지 줄었습니다. 이걸 보고 누군가는 “인력 감축이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긴축 운영 전략을 정확하게 실행한 사례입니다. 덕분에 순이익 구조가 정상화됐고, 이게 두나무의 인수 타이밍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재무상태가 모든 걸 갈랐다
엠피페이지의 자산은 꾸준히 증가했고, 부채는 1억 원 내외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왔습니다. 투자 외에는 빚 없이 회사를 운영해온 겁니다. 2023년 기준 자본금은 9.3억 원까지 늘어났고, 대차대조표상으로도 매우 깔끔했습니다.
정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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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은 정체지만 이익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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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수는 줄었지만 업무 효율은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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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상태는 깨끗하고 안정적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기술력·시장성·수익성까지 3박자를 고르게 갖춘 스타트업으로 두나무에 어필한 것이죠.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할 때 가장 민감하게 보는 부분이 ‘재무 투명성’인데, 이걸 완벽히 갖춘 드문 사례입니다.
왜 마이뮤직시트는 성공했고, 마이뮤직테이스트는 실패했을까?
이 대목에서 마이뮤직테이스트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업명은 비슷하지만, 마이뮤직테이스트는 코로나 이후 구조조정과 함께 컴투스에 헐값에 매각됐습니다.
두 회사 모두 음악과 관련된 스타트업이었지만, 엠피페이지는 내부 고정비와 자금 흐름을 잘 관리해 버틸 수 있었고, 결국엔 기회가 왔을 때 잡아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좋은 아이템도 필요하지만, 재무관리야말로 생존의 핵심이라는 걸 보여준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